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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키스트 던전 스토리 완전판 (조상의 타락, 영웅의 절망, 반복되는 순환)

by 사나브로 2026. 3. 22.

다키스트던전

 

게임 하나 때문에 며칠 동안 멍하니 천장만 쳐다본 적 있으신가요? 저는 최근 다키스트 던전 엔딩을 보고 나서 정말 그랬습니다. 이 게임의 스토리는 단순한 '영웅이 악을 무찌른다'는 구조가 아니라, 인간의 탐욕과 절망, 그리고 반복되는 비극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만듭니다. 조상(Ancestor)이 저지른 끔찍한 실험과 그 결과로 몰락한 가문, 그리고 이를 바로잡으려는 후손의 여정은 희망보다 절망에 가까운 이야기였습니다.

조상의 타락: 금지된 지식을 탐한 대가

왜 사람들은 금지된 것에 손을 대는 걸까요? 다키스트 던전의 조상은 바로 그 질문에 대한 가장 극단적인 답을 보여줍니다. 한때 번성했던 가문의 당주였던 그는 권력과 쾌락, 지식에 대한 끝없는 갈망으로 점점 광기에 빠져들었습니다.

 

저는 게임을 시작하고 처음 조상의 내레이션을 들었을 때, 그가 단순한 악당이 아니라는 걸 바로 느꼈습니다.

"Ruin has come to our family"라는 첫 대사부터 이미 모든 게 끝났다는 느낌이 압도적이었죠. 조상은 고대 제국의 도상화 속에 숨겨진 철왕관(Iron Crown)의 비밀을 발견했고, 이를 완성하기 위해 인간 실험과 이계 존재 소환까지 서슴지 않았습니다.

여기서 '이계 존재(Eldritch Being)'란 우리 차원 너머에 존재하는,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형태의 존재를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H.P. 러브크래프트의 크툴루 신화에 등장하는 것과 같은 우주적 공포의 화신이라고 보면 됩니다. 조상은 이런 존재들과 접촉하면서 완전히 타락했고, 결국 세계를 파멸로 몰아넣을 재앙의 문을 열어버렸습니다.

 

각 던전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조상의 죄악을 상징합니다. 폐허(Ruins)는 종교적 타락과 광신도들의 광기를, 사육장(Warrens)은 인간을 돼지와 뒤섞는 끔찍한 실험을, 해안만(Cove)은 심해의 존재를 섬기기 위해 인간을 제물로 바친 죄를 보여줍니다. 제가 직접 플레이하면서 느낀 건, 이 모든 지역이 조상의 실험 과정을 시간순으로 보여준다는 점이었습니다. 처음엔 단순한 호기심이었다가, 점점 더 극단적인 방법으로 치달았고, 결국 정말 돌이킬 수 없는 선을 넘어버린 거죠.

영웅의 절망: 소모품이 된 인간들

영웅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뭐가 떠오르시나요? 정의롭고 강인한 존재? 다키스트 던전의 영웅들은 그런 이상적인 모습과는 거리가 멉니다. 이들은 각자 과거의 실패와 죄책감을 안고 도망쳐온 패배자들입니다.

 

게임에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건 스트레스 시스템(Stress System)이었습니다. 일반 RPG처럼 HP만 관리하면 되는 게 아니라, 캐릭터의 정신 상태까지 계속 신경 써야 합니다. 여기서 '스트레스 시스템'이란 전투 중 받는 심리적 압박을 수치화한 메커니클로, 스트레스가 100에 도달하면 캐릭터가 정신적 붕괴(Affliction)를 겪거나 극소수 확률로 각성(Virtue)하게 됩니다. 솔직히 제 영웅들은 거의 다 미쳐버렸습니다...

 

노상강도(Highwayman)는 오발탄으로 아이를 죽인 죄책감에, 중보병(Man-at-Arms)은 무능한 지휘로 동료들을 학살당하게 한 수치심에 시달립니다.

 

역병 의사(Plague Doctor)는 자신의 실험으로 스승을 끔찍한 상태로 되살렸다가 다시 죽여야 했던 트라우마를, 도굴꾼(Grave Robber)은 남편의 무덤을 파헤친 죄악감을 안고 있습니다.

 

제가 직접 써보니, 이 게임의 진짜 보스는 적이 아니라 스트레스였습니다. 한 번 꼬이기 시작하면 영웅들이 서로를 공격하고, 도망치고, 심장마비로 즉사하기까지 합니다. 그리고 죽은 캐릭터는 영원히 사라집니다. 퍼마데스(Permadeath) 시스템 때문에 애착 가졌던 캐릭터가 한순간에 없어지면 정말 멘탈이 나갑니다.

 

하지만 게임은 냉정합니다. 영웅은 소모품이고, 끊임없이 새로운 이들이 마을로 찾아옵니다. 부와 명예를 찾아서요. 이 반복되는 구조가 바로 게임이 말하고자 하는 핵심입니다. 인간은 결국 탐욕 때문에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는 거죠.

(출처: Darkest Dungeon Wiki)

반복되는 순환: 승리조차 무의미한 결말

엔딩을 보고 나서 뭔가 찝찝한 기분이 든 적 있으신가요? 다키스트 던전의 엔딩은 아예 승리라는 개념 자체를 부정합니다. 제가 수십 시간을 투자해서 마침내 최종 보스를 쓰러뜨렸을 때, 돌아온 건 성취감이 아니라 허무함이었습니다.

 

최종 던전 '가장 어두운 던전(Darkest Dungeon)'의 깊은 곳에서 밝혀지는 진실은 충격적입니다. 이 세계 자체가 이미 거대한 고대 존재(The Heart of Darkness)의 일부였고, 인간의 모든 행동은 그 존재의 순환 속 일부에 불과했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순환(Cycle)'이란 깨어남과 잠듦을 반복하는 우주적 존재의 생명 주기를 의미하며, 인류는 그 과정에서 나타났다 사라지는 덧없는 존재에 불과하다는 뜻입니다.

조상의 마지막 내레이션은 이렇게 말합니다. "Life feeds on life. 삶은 삶을 먹고 산다. 너는 가문의 명예를 되찾으려 했지만, 결국 더 많은 이들을 희생시켜 그 존재를 더 강하게 만들었을 뿐이다." 솔직히 이 대사를 들었을 때 소름이 돋았습니다. 제가 영웅들을 원정에 보내 죽게 만든 모든 행위가 결국 악을 강화시킨 거였으니까요.

 

다키스트 던전 2에서는 이 설정이 더 극단적으로 표현됩니다. 세계의 축 자체가 뒤틀리면서(Cosmic Axis Distortion) 설산에서 이형의 존재들이 쏟아져 나오고, 문명은 완전히 붕괴합니다. 여기서 '우주 축 왜곡'이란 시공간의 기본 법칙이 무너진 상태를 의미하며, 물리 법칙조차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세계의 종말을 뜻합니다. 제가 2편을 플레이하면서 느낀 건, 1편의 후손이 실패했든 성공했든 결과는 같았다는 거였습니다. 멸망은 이미 정해져 있었으니까요.

 

게임의 마지막 문장은 이렇게 끝납니다. "Ruin has come to our family. Ruin has found you at last. 몰락이 우리 가문에 찾아왔다. 몰락이 마침내 너를 찾았다." 이건 단순히 게임 속 캐릭터에게만 해당하는 말이 아닙니다. 플레이어인 저 자신에게도 던지는 질문이었죠. 당신은 정말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느냐고.

(출처: Red Hook Studios)

플레이어 반응, 고통스럽지만 끊을 수 없는 이유?

왜 사람들은 이렇게 우울한 게임을 계속 할까요? 저도 플레이하면서 수없이 욕했지만, 결국 다시 켰습니다. 커뮤니티 반응을 보면 대부분 비슷합니다.

 

긍정적 반응의 핵심은 '분위기와 몰입감'입니다. 내레이션, 음악, 아트 스타일이 완벽하게 어우러져 다른 게임에서는 느낄 수 없는 독특한 경험을 줍니다. 특히 조상 역을 맡은 성우 Wayne June의 음성은 그 자체로 게임의 절반을 차지한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제가 직접 들어보니 정말 한 편의 오디오북을 듣는 느낌이었습니다.

 

부정적 반응은 주로 '운 요소'와 '반복 플레이'에 집중됩니다. 아무리 잘해도 크리티컬 히트 한 방에 전멸할 수 있고, 죽은 캐릭터는 다시 키워야 하니 노가다 느낌이 강합니다. 저도 레벨 6짜리 영웅 4명이 한순간에 전멸했을 때는 진심으로 게임을 지울까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계속 하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실패 자체가 스토리의 일부이기 때문입니다. 게임은 당신이 지는 걸 전제로 설계되었고, 그 과정에서 느끼는 절망과 좌절이 바로 제작진이 의도한 경험입니다. 승리가 아니라 과정 자체가 목적인 게임이죠.

 

실제로 Steam 리뷰를 보면 "고통스럽지만 명작", "멘탈까지 공략당하는 게임", "욕하면서 계속 한다"는 평가가 대부분입니다.

이런 극단적인 반응 자체가 게임의 성공을 증명합니다. 무난한 게임은 이런 강렬한 감정을 남기지 못하니까요!

결국 다키스트 던전의 스토리는 단순한 게임 플롯이 아니라 인간 본성에 대한 질문입니다. 우리는 실패를 반복하면서도 왜 멈추지 못할까요? 희망이 허상일 수도 있다는 걸 알면서도 왜 계속 나아갈까요? 게임은 답을 주지 않습니다. 다만 플레이어 스스로 그 질문과 마주하게 만들 뿐입니다.

 

저는 이 게임을 하면서 오랜만에 '게임도 예술이 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편안한 재미를 원한다면 추천하지 않지만, 진지한 서사와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작품을 찾는다면 반드시 해볼 만한 게임입니다. 단, 멘탈 관리는 각자의 몫입니다.

 

[참고]

https://youtu.be/g2v0QLA60Y0?si=17BRG1I9Vdp49C_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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